[유튜브 큐레이션 5] 씹개미TV - 코로나19와 동학개미운동이 유튜브에 미친 영향
부친께서 젊은 날 주식으로 수천만원의 돈이 휴지조각으로 변하는 것을 라이브로 지켜보셨다는 결코 웃지 못할 스토리를 주기적으로 듣고 자란 나는 '아끼는 것이 곧 버는 것'이라는 신념으로 살아왔더랬다. 부친께서 그 돈을 주식 투자에 쏟지 않았다면 지금 훨씬 좋은 차를 타시지 않았을까하는 철 없는 생각을 하며..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국내 증시 폭락이 있었고,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보고 싶었던 주식이 일제히 '떡락'했다.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며 개인 투자자들에게 기회가 찾아왔고, 3월 한달간 외국인 투자자가 팔아치운 10조원 이상의 한국 주식의 대부분을 개인 투자자들이 받아내며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한국사람들 네이밍 센스 알아 줘야 돼 진짜ㅋㅋ)
나 역시 있는 돈을 적지 않게 끌어 모아 주식을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이제 나에게도 '또 하나의 가족'이 되었다. 최근 포털 검색의 기능을 일부 대체하고 있는 유튜브에 다양한 주식, 투자 관련 키워드를 앞세운 콘텐츠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기존의 주식 투자 노하우나 추천주를 공유하는 채널들과 더불어 동학개미운동에 참가한 개인투자자들도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유입되고 있다.
이중 관심을 갖고 재밌게 보고 있는 채널은 '씹개미TV'다. 채널 개설 후 약 2달여 만에 18,000명 이상의 구독자를 끌어모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코스피 폭락이 연일 지속될 쯤, 가장 핫했던 종목은 '인버스'다. 간단하게 코스피 지수가 하락하면 인버스 투자자들은 돈을 벌었다. 하락 폭이 크니 당연히 큰 수익을 얻는 이도 많았다.
씹개미는 이중 일명 '곱버스'라고 불리는 종목에 크게 배팅했고, '존버'하다가, 결국.. 최근 5100만원의 확정손실을 내게된다. 이 과정은 매일 그의 콘텐츠에 그의 담담한 목소리로 요약 중계된다.
얼굴도 전혀 나오지 않고, 거의 매일 업로드 되는 짧은 콘텐츠는 본인의 투자 앱 화면을 통한 인증과 목소리가 전부다. 가끔 주식과 관련된 우울한 썰을 풀기도 하고, 자신의 손실을 후회하며 술먹방을 펼치기도 하지만, 그의 정체와 외모는 모두 베일에 가려져 있다.
아직 성공한 채널이라고 보기엔 어렵지만, 느낌이 좋다. 영상당 조회수가 꾸준히 2-5만회 이상을 기록하고 있고, 매 영상 댓글도 수백개씩 달리는 등 구독자들의 인터랙션도 좋은 편. 다만 주식 시장이 다시 호전되며 그의 패배담을 듣고 동질감을 느꼈던 또 다른 개미 구독자들이 흥미를 잃을 가능성은 존재한다.
씹개미TV는 정말 공수가 많이 들지 않는 영상을 입담으로 풀어가는,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보면 정말 가성비 좋은 채널이 아닐 수 없다. 재밌고 진정성이 느껴지는 스토리가 있다면 정작 영상의 퀄리티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콘텐츠 마케터들의 교과서적인 이상과 같은 개념을 잘 보여주고 있는 채널이 아닐까 생각한다.
P.S - 최근 씹개미TV를 사칭하는 주식 리딩방이 생겼다고 한다. 직접 운영하고 있는 리딩방은 없다고 하니 주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