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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십리] 꼬랑치킨 - 손이 크신 어머님의 안주 대잔치

왕십리 상권은 재밌다. 역을 기준으로 정 반대의 풍경이 펼쳐진다. 

 

한양대 근처는 대형 술집과 프랜차이즈가 즐비하고 주 소비층도 학생층이다. 20대 후반에 접어든 나로서는 대학생들의 왁자지껄함이 개인적으로는 부담스럽다. 워낙 학교 다닐 때 술을 마시다 험한 꼴을 많이 보기도 해서..

 

아무튼 역 반대편 행당시장 부근으로 가면 유명한 '땅코 숯불구이'를 비롯한 다양한 맛집들을 만나볼 수 있고, 오래된 작은 술집들, 그니까 맛집들이 있다. 아저씨들이 많고 낡은 간판을 가진 집은 아무튼 맛집이다. 내가 그렇게 정함.

 

이건 딱 봐도 맛집이지 ㅇㅈ?

 

닭을 너무 좋아해서 이제 웬만한 치킨을 먹어보면 보통 사람들은 신경도 안쓰는 닭냄새까지 구분이 될 정도로 자칭 고수가 되었다. 이집은 암튼 치킨이 맛있는 집이기도 하지만 계속 정이 가는 이유가 따로 있다. 

 

 

 

착한 가격을 자랑하는 집이다. 오래된 메뉴판에 가격을 수정한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어머님 혼자 장사를 하시는데, 들어가면 인사도 안해주시고 굉장히 시크하시다. 세팅은 그때그때 다르지만 보통 고객들이 단골이라 알아서 접시건 물이건 술잔이건 술이건 셀프로 가져간다. 

 

재밌는 일화로는 내가 처음 꼬랑치킨에 방문했을 때 어떤 아저씨가 그냥 생맥주도 알아서 따라 드셨다. 어머님은 신경도 안쓰신다. 암튼 이상한 집이다. 

 

 

기본안주로는 시원하게 썰어 나온 오이와 고추장이 나오며, 땅콩은 원하면 알아서 퍼다 먹으면 된다. 괜히 어머님께 갖다 달라고 하지 말자. 이 집의 룰이자 문화다. 

 

처음 방문한다면 치킨과 도시락 하나를 시켜보는 것을 추천하겠다. 메뉴가 많아 이것저것 먹고 싶더라도 절대 욕심 부리지 말고 일단 이렇게 시켜라. 왜냐면... 

 

 

치킨 양이 정말 많다. 부위를 정확하게 늘어놓고 세어보진 못했지만 작은 닭이 두마리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다리가 두쌍, 날개도 두쌍이니.. 양배추 셀러드는 거의 반쪽을 채썰어 주시는데 케첩과 마요네즈만으로도 충분한 이 느낌 다들 말 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 감히 생각해본다.

 

 

기념 사진을 남기지 않을 수 없다. 만취도 찍후경이라고 했다. 

 

 

말했듯 닭 자체가 크진 않으나 두마리가 들어갔다. 살이 질기지 않고 카레맛이라던가 별도의 조미료 향이 많이 느껴지지 않고 염지된 닭의 맛과 후추맛이 좀 나는 아주 기본에 충실한 치킨이다. 솥에 깨끗한 기름을 받아 튀기시는 모습을 보았다. 60계 치킨이 인기라는데 일단 한번 받아놓은 기름에 60마리정도 닭을 튀기면 그 기름은 냄새가 나기 마련이다. 암튼 이 닭은 매우 깔끔하다. 

 

 

치킨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도시락이 나왔다. 고슬고슬한 흰 쌀밥, 분홍소시지, 계란, 무생채, 참기름이 아주 적절하게 어우러진.. 그냥 맛있는 맛. 힌극 사람이라면 이 맛을 싫어할 순 없겠지. 오늘도 뇌피셜을 적어본다.

 

 

슥삭슥삭 비비는 시간은 언제나 괴롭다. 하지만 도시락이 모두 비벼진 순간, 우리는 한국에서 최고로 완벽한 치+밥을 즐길 수 있는 행운아로 거듭난다. 

 

이 집에서 다음으로 좋아하는 메뉴는 낙지소면이다. 사진이 없어 담지 못했으나, 인원이 많다면 치킨과 함께 꼭 시켜보자. 여름엔 앞에 노상을 펴주신다. 

 

카드계산 가능, 폭식 가능, 만취 가능

 

어머님의 불친절에 당황하지 말 것. 나갈 땐 세상 좋은 미소를 보여주시니. 

 

지도 첨부